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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 한국에 주는 시사점과 대선 이후 변화 전망

by 매직아워맨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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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 한국에 주는 시사점과 대선 이후 변화 전망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 한국에 주는 시사점과 대선 이후 변화 전망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이끈 증시 부활과 한국의 미래
2025년 5월 6일

1. 서론: 일본 증시의 부활과 그 배경

2023년 말부터 일본 증시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2024년 1월 닛케이 225 지수는 34년 만에 35,000선을 돌파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일본 증시의 부활은 단순히 엔저 현상이나 저금리 정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핵심에는 약 10년에 걸쳐 꾸준히 진행된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림: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과 기업가치 상승 (2025)

반면 한국은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증시 저평가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4년 초 기준 국내 상장사 중 42.5%, 1,109개 기업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 중 513개 기업은 10년 이상 PBR 1배 미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장부상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1: 닛케이 225 지수 추이 (2020-2025)
40,000 35,000 30,000 25,000 20,000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 거버넌스 개혁 가속화 JPX의 PBR 1배 미만 기업 개선 요구
자료 출처: 닛케이 225 지수 데이터 기반 재구성

이 글에서는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러한 개혁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 대선 이후 한국의 거버넌스 개혁 방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2.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 10년간의 여정

2.1 아베노믹스와 거버넌스 개혁의 시작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은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발표한 '일본재흥전략'(Japan is back)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장기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과 금융 사이에 돈이 순환하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2014년,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나 주주가 취해야 하는 행동원칙으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니터링하도록 장려하는 지침입니다. 같은 해에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위 400개 기업으로 구성된 'JPX-니케이400 지수'를 만들어 기업들이 ROE 향상에 노력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투자자나 주주의 행동원칙이라면, '거버넌스 코드'는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행동원칙을 정리한 것입니다. 일본은 2015년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한 후 두 차례의 개정을 거쳐 대기업 중심 시장인 프라임시장 상장기업에 전자투표 도입, 영문공시 제공, 기후 관련 재무공시 강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2.2 일본거래소그룹(JPX)의 강력한 드라이브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CEO의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노무라증권 IB사장 출신인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상장사들에게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2023년 3월 JPX가 취한 과감한 조치입니다. JPX는 PBR 1배 이하인 기업들에게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또한 'JPX프라임150지수'를 만들어 PBR 1배가 넘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자본비용보다 높은 기업들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주주와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손익계산서와 시장점유율에 집착하기보다 자본효율성(ROE)과 주식가치(PBR)를 주주 입장에서 이해하라는 명확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림 2: 한국과 일본의 PBR 1배 미만 상장사 비율 비교
70% 60% 50% 40% 30% 2020 2021 2022 2023 2024 일본 한국 JPX 개혁
자료 출처: 한국거래소, 일본거래소그룹 데이터 기반 재구성

2.3 기업들의 변화: 주주환원 강화

거버넌스 개혁의 압력에 일본 기업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주환원 정책의 강화입니다. 그동안 자본 축적에만 집중하던 일본 기업들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누진 배당' 제도의 도입입니다. 이는 실적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배당 수준을 보장해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방식으로, 일본 대형 상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했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IR 전문 임원 자리를 신설하고, 경영진이 주가와 연동해 연봉을 받는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구분 일본 개혁 전 일본 개혁 후 한국 현재
평균 PBR 0.9배 1.3배 1.0배
평균 ROE 5% 8% 8%
배당성향 20% 30% 25%
자사주 매입 소극적 적극적 소극적
투자자와의 소통 제한적 IR 전문 임원 배치 제한적
자료 출처: 각국 거래소 데이터 및 언론 보도 종합

3. 워런 버핏의 일본 투자와 그 의미

일본 기업의 거버넌스 개혁이 가속화되는 또 다른 중요한 계기는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의 일본 대형 상사주 투자였습니다. 버핏은 일본 5대 상사(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에 대한 지분을 약 9%까지 늘리면서 일본 기업들의 변화에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버핏의 투자는 일본 상사들에게 '감시받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며 건전한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일본 상사업계에는 '우리 회사 주식만 팔리면 부끄러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기 연마를 통한 경쟁이 심화되었습니다.

"'감시받고 있다'는 의식이 상사 경영진에게 높은 규율과 건전한 경쟁을 가져왔다" - 노무라자산운용의 미야자키 요시히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2024년 들어 미쓰비시상사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자 이토추상사도 뒤따라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선의의 경쟁'은 일본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일본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림 3: 일본 5대 상사 주가 변화 (버핏 투자 기준 100)
500 375 250 125 100 버핏 투자 전 버핏 투자 후 현재 100 200 300 주가 변화
자료 출처: 도쿄증권거래소 데이터 기반 재구성

4. 한국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거버넌스 개혁 필요성

4.1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주소

한국 증시는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습니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2024년 초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42.5%인 1,109개 기업이 PBR 1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513개 기업은 10년 이상 PBR 1배 미만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림: 한국과 일본의 PBR 비교 및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영향 (2025)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는 △북한 리스크 등 지정학적 요인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 문화 △지배주주 위주의 의사결정 구조 △기업 경영의 투명성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주요국 비교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자사주 매입 역시 소극적인 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2019~2023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은 2.5%로 일본(-0.1%), 영국(0.0%) 등 선진국을 웃도는 수준을 보였지만,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으로 평가한 기업가치는 1.4배로 비교대상 16개국 중 아르헨티나(0.9)와 러시아(1.4)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뒤처졌습니다. 이는 기업의 성장성과 주주가치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4.2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2월 한국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 사례를 참고하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상장사 투자지표(PBR, ROE 등)를 업종·시가총액별로 공시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세제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처럼 정부가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림 4: 한국과 주요국의 배당성향 비교
60% 45% 30% 15% 0% 미국 일본 영국 한국 45% 30% 40% 10%
자료 출처: 한국은행 주주환원 정책 영향 보고서 기반 재구성

4.3 한국형 거버넌스 개혁의 필요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이후 금융주, 자동차, 지주사 등 PBR 1배 미만이던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를 볼 때, 단기적인 주가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개혁입니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주가가 2~3배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국민 노후보장을 들었습니다. 최근 일본은 총주주수익률이 연 12%로 미국(9%)도 뛰어넘은 반면, 한국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은퇴 준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20대 직장인이 1,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할 경우, 30년 후 한국에서는 4,300만원이 되지만 일본에서는 1억 7,500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된다면 국민 노후 대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5. 대선 이후 한국의 거버넌스 개혁 전망

5.1 정치적 변화와 거버넌스 개혁의 방향성

향후 한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거버넌스 개혁의 방향과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정치권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특히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세 제도 개선 등이 주요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처럼 정부나 거래소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의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저항이 세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거버넌스 개혁에 성공한 핵심 요인은 야마지 히로미 JPX CEO의 리더십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주도적으로 개혁을 이끌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역시 증권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5.2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 가능성

정부 주도의 개혁 외에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점차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주주가치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매입한 후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거버넌스 구조 개혁을 이끌어낸 사례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KB자산운용이 SM의 3대 주주로서 개혁을 요구했으나 실패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이런 시도가 성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후 더 스마트해진 개인투자자들이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과,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강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5.3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재평가 가능성

일본의 성공적인 거버넌스 개혁은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습니다. 한국 역시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이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거버넌스 개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민 자산 형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6. 결론 및 시사점

일본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혁 사례는 한국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약 10년에 걸친 꾸준한 개혁을 통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저성장에서 벗어나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성공적 사례를 참고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1. 강력한 리더십과 제도적 기반: 일본 JPX의 야마지 CEO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해야 합니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를 더욱 강화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2. 주주환원 정책 강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여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배당성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기업들은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경영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IR 전문 임원 배치, 영문 공시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자본효율성 개선: 저효율 자산의 매각,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ROE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일본 기업들처럼 자산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 주주행동주의 활성화: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단순히 주가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자산 형성과 노후 보장의 문제입니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형 거버넌스 개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면책 조항: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투자 결정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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